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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와 존중의 관계 – 윤형근과 김환기 ‘더할 수 없는 분노를 주체할 길 없어’  먹물같은 색의 기둥들이 쓰러질 듯 아슬아슬하게 서 있다. 그림 왼쪽에 두 기둥은 오른쪽에 쓰러진 두 기둥을 받치고 있는 것 같기도 한데 웬지 이마저도 곧 쓰러질 듯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모두 꿋꿋히 쓰러지지 않기 위해서 버틴다. 그리고 뒤로도 흐린 기둥들도 겹겹이 보인다. 먹을 갈아 만든 것 같은 이 검정에 가까운 색은 작가 윤형근(1928-2007)이 하늘의 색인 ‘블루(Blue)’와 땅의 색인 ‘엄버(Umber)’를 섞어 검게 만든 뒤 거기에 오일을 타서 만든 것이다. 이것을 그는 면포나 마포에 그어 내렸다. 그렇게 해서 하늘과 땅이 섞여 만든 검정이 기둥을 이루고, 그 사이에는 문같은 여백이 조금 생겼다. 윤형근은 1980년, ‘5·18 광주 민주화 운.. 2024. 6. 18.
한국화의 두 거장 – 청전 이상범 1 : 한국적 서정성 바쁘고 급변하는 현대 생활 속에서 잠시 벗어나 계곡의 물소리와 새소리를 들으며 고즈넉히 숲 속을 걷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전통 산수화를 한 번 보기를 추천한다.특히 우리 나라의 근현대미술사를 대표하는 거장 청전 이상범(靑田 李象範, 1897~1972)과 소정 변관식(小亭 卞寬植, 1899~1976)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그들만의 고유한 화풍 속에 담긴 독창적인 아름다움과 함께 우아함과 품위 그리고 고고함마저 느끼게 된다.이들은 겸재 정선, 단원 김홍도 등 조선시대 대가들의 전통 화풍을 계승하면서도 자신들만의 고유한 양식을 구축하여 20세기 한국 산수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1. 청전 이상범(靑田 李象範, 1897~1972) 1) 한국적 서정성  이것은 한국적인 서정성이 잘 녹아져 있다고 평.. 2024. 6. 2.
멘토를 찾아서 1.지칠 줄 모르는 한류의 인기한국 드라마, 영화, 음악, 음식, 그리고 예술에 이르기까지 한국 문화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영국에서도 한류 문화 열풍을 느낄 수 있는데, 주영한국문화원(원장 선승혜/이하 문화원)에서는 지난 5월 1일(수) 영국 중부 지역 셰필드(Sheffield)에서 “더 신나게”를 주제로 ‘셰필드 한국의 날(Korea Day in Sheffield)’ 축제를 개최했다. 영국 중부 지역 주민 약 400여 명이 참석해서, 한국어 영상대회, k-pop 및 태권도 시범, 다양한 한국문화 체험을 즐겼다.    올해로 벌써 6회를 맞은 ‘셰필드 한국의 날’ 축제에 이어6월 1일에는 리버풀, 6월 8일에는 옥스퍼드, 그리고 6월 13일부터 14일에는 리즈에서 한국.. 2024. 6. 2.
사각사각 사각사각 기사를 쓰고 있는데, 남편이 씨익 웃으며 걸어왔다. "소리들려?""무슨 소리?""이거!" 그러더니 방을 이쪽에서 저쪽에서 자꾸 걸어다닌다. 궁둥이를 삐딱삐딱하면서. "무슨 소리 말이야? 아무 소리도 안 나는데.""이거!" 아침부터 수영복을 입고 입 안을 돌아다닌 남편, 그 수영복 가랭이가 부딪히면서 사각사각 소리를 냈단다.  "아, 그 소리.""너무 좋제~" 그렇게 그는 하루종일 집에서 수영대신 워킹을 했다. 2024. 5. 1.
삶의 가벼움과 참을 수 없는 무게 - 리처드 세라를 추모하며 1 1. 리처드 세라와 작품, 그리고 우리 유연하고 부드럽게리처드 세라는 1939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나1957년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후, 1961년부터 1964년까지 예일대학에서 미술 수업을 받았다. 공부하는 동안 그는 생활비와 학비를 벌기 위해 제철소에서 일을 했다. 돈을 벌고자 시작했던 이 파트 타임 경험이 이후 자신의 납이나 철 작품 활동에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될 줄 그때는 몰랐을 것이다.   작품 활동을 처음 시작했을 때 그는 고무와 네온관과 같은 재료로 추상조각 작품을 만들었다. 또한 용해한 납을 이용해 재료 자체의 모양이 그대로 표면에 드러나도록 하는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 작품은 4개의 철판들을 바닥 위에 아슬아슬하게 서로 기댄 채 세워놓은 것이다. 그저 상자처럼 보이.. 2024. 5. 1.
샐러드 저녁으로 참치 샐러드를 만들었다. "어땠어?" "아주 맛있었어!" 설겆이를 마치고 나니, 남편이 씨익 웃었다. "몇 개의 상추가 내 얼굴보다 더 컸어, 담부터는 좀 더 작게 잘라 줄래, 부탁할께." "그래? 미안! 이상하네. 작게 찢었는데! 담부터 확실히 더 작게 찢어주께!" 어쩌다가 얼굴보다 큰 녀석이 들어간 걸까... 2024. 4.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