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털데이 싸롱 아트(Saturday salon Art) 26

신뢰와 존중의 관계 – 윤형근과 김환기

‘더할 수 없는 분노를 주체할 길 없어’  먹물같은 색의 기둥들이 쓰러질 듯 아슬아슬하게 서 있다. 그림 왼쪽에 두 기둥은 오른쪽에 쓰러진 두 기둥을 받치고 있는 것 같기도 한데 웬지 이마저도 곧 쓰러질 듯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모두 꿋꿋히 쓰러지지 않기 위해서 버틴다. 그리고 뒤로도 흐린 기둥들도 겹겹이 보인다. 먹을 갈아 만든 것 같은 이 검정에 가까운 색은 작가 윤형근(1928-2007)이 하늘의 색인 ‘블루(Blue)’와 땅의 색인 ‘엄버(Umber)’를 섞어 검게 만든 뒤 거기에 오일을 타서 만든 것이다. 이것을 그는 면포나 마포에 그어 내렸다. 그렇게 해서 하늘과 땅이 섞여 만든 검정이 기둥을 이루고, 그 사이에는 문같은 여백이 조금 생겼다. 윤형근은 1980년, ‘5·18 광주 민주화 운..

한국화의 두 거장 – 청전 이상범 1 : 한국적 서정성

바쁘고 급변하는 현대 생활 속에서 잠시 벗어나 계곡의 물소리와 새소리를 들으며 고즈넉히 숲 속을 걷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전통 산수화를 한 번 보기를 추천한다.특히 우리 나라의 근현대미술사를 대표하는 거장 청전 이상범(靑田 李象範, 1897~1972)과 소정 변관식(小亭 卞寬植, 1899~1976)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그들만의 고유한 화풍 속에 담긴 독창적인 아름다움과 함께 우아함과 품위 그리고 고고함마저 느끼게 된다.이들은 겸재 정선, 단원 김홍도 등 조선시대 대가들의 전통 화풍을 계승하면서도 자신들만의 고유한 양식을 구축하여 20세기 한국 산수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1. 청전 이상범(靑田 李象範, 1897~1972) 1) 한국적 서정성  이것은 한국적인 서정성이 잘 녹아져 있다고 평..

멘토를 찾아서

1.지칠 줄 모르는 한류의 인기한국 드라마, 영화, 음악, 음식, 그리고 예술에 이르기까지 한국 문화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영국에서도 한류 문화 열풍을 느낄 수 있는데, 주영한국문화원(원장 선승혜/이하 문화원)에서는 지난 5월 1일(수) 영국 중부 지역 셰필드(Sheffield)에서 “더 신나게”를 주제로 ‘셰필드 한국의 날(Korea Day in Sheffield)’ 축제를 개최했다. 영국 중부 지역 주민 약 400여 명이 참석해서, 한국어 영상대회, k-pop 및 태권도 시범, 다양한 한국문화 체험을 즐겼다.    올해로 벌써 6회를 맞은 ‘셰필드 한국의 날’ 축제에 이어6월 1일에는 리버풀, 6월 8일에는 옥스퍼드, 그리고 6월 13일부터 14일에는 리즈에서 한국..

삶의 가벼움과 참을 수 없는 무게 - 리처드 세라를 추모하며 1

1. 리처드 세라와 작품, 그리고 우리 유연하고 부드럽게리처드 세라는 1939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나1957년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후, 1961년부터 1964년까지 예일대학에서 미술 수업을 받았다. 공부하는 동안 그는 생활비와 학비를 벌기 위해 제철소에서 일을 했다. 돈을 벌고자 시작했던 이 파트 타임 경험이 이후 자신의 납이나 철 작품 활동에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될 줄 그때는 몰랐을 것이다.   작품 활동을 처음 시작했을 때 그는 고무와 네온관과 같은 재료로 추상조각 작품을 만들었다. 또한 용해한 납을 이용해 재료 자체의 모양이 그대로 표면에 드러나도록 하는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 작품은 4개의 철판들을 바닥 위에 아슬아슬하게 서로 기댄 채 세워놓은 것이다. 그저 상자처럼 보이..

‘미래를 위한 그림’ – 힐마 아프 클린트

힐마 아프 클린트는 1862년 스웨덴 중산층 가정에서 자라 스톡홀름 왕립 미술학교를 우등생으로 졸업했다. 이후, 맹인 어머니, 그리고 동생의 죽음 등 시련을 겪으면서 미신, 우주, 심령, 종교 등 영적인 것에 심취하기 시작했다. 영혼을 보고 대화하고 이해 못할 세계를 작품으로 남겼다고 해서 그녀의 그림을 두고 ‘미래를 위한 그림’이라고 평가한다. 그녀가 그림을 그렸을 당시 유럽은 르누아르(1841-1919), 모네(1840-1926) 등 인상파 화가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니까, 화가들이 꽃이나 풍경, 아름다운 소녀 등을 그릴 때, 힐마는의 유전자 모양이나 피라미드, 원 같은 추상적 상징과 또 알 수 없는 수학적 기호를 그렸다. 2019년 그녀의 삶과 작품에 대한 다큐먼터리 ‘Beyond The ..

‘사랑은 쓰레기통에(Love is in the Bin)’ – 뱅크시

1. ‘사랑은 쓰레기통에(Love is in the Bin)’ 2018년 10월 5일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뱅크시의 작품 ‘풍선을 든 소녀 (Girl with the Balloon)’가 104만2천 파운드(당시 환율로 16억 9천만 원)에 낙찰됐다. 경매에 나온 ‘풍선을 든 소녀’는 뱅크시의 2006년 작으로, 캔버스 천 위에 스프레이 캔과 아크릴 물감으로 풍선을 날리는 소녀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 작품이다. Banksy, Girl With a Balloon, 2006 (사진출처:BBC) 이것은 2002년에 그래피티의 형식으로 처음 완성되었다. 뱅크시의 '풍선을 든 소녀' 원작 (사진출처: 네이버 블로그) 이 날, 경매장에서 경매사가 망치를 두드려 낙찰을 알리자마자, 사상 최초의 희대의 사건이 벌어졌..

아트테크는 어떻게 해야 하나? - 성공한 MZ세대의 투자

2) 성공한 MZ세대의 투자  찰스 사치 – 데미안 허스트 세계적인 미술품 컬렉터인 찰스 사치(Charles Saatchi)는 사치앤사치(Saatchi & Saatchi)라는 광고회사를 소유한 영국의 기업인이다.   그는 많은 자산으로 이미 유명한 작가의 작품들도 구매할 수 있었지만, 다른 재벌이나 자본가와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사치는 그의 나이 45세였던 1988년에 미술품 컬렉팅을 시작했다. 그는 20대 무명인 작가들을 발굴해 투자하면서 그들과 함께 성장하며 현대미술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품의 작가가 된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가 무명작가나 다름 없었을 때 찰스 사치는 그의 작품을 구매했다. 그는 당시 대학교 졸업을 앞둔 데미안 허스트가 그의 학교..

만남 - 이우환과 바넷 뉴먼

1. 그림은 끝났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만남을 가진다. 우선 아침에 눈을 떠 천장에 돌아가는 팬을 만난다. 또 우유와 토스트를 아침 식사로 만나고, 글을 쓰기 위해 컴퓨터를 만난다. 창 밖에 보이는 나무, 하늘, 이웃집과도 만난다. 이렇게 하루에도 수많은 사건과 욕망으로 우리는 셀 수 없는 만남을 가진다. 이 중에서 우리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리는 만남도 있다. 예를 들자면, 고흐에게 고갱이, 피카소에게 세잔의 회고전이, 그리고 존 레논에게 오노 요꼬가 그렇다. 고흐나 피카소, 그리고 존 레논이 이들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그들은 아마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이우환의 바넷 뉴먼 작품과의 만남도 또한 그렇다. 이것은 이우환에게 작가로서 중요한 전환기를 만들어주었다. 이우환은 “..

피카소와 방탄소년단(BTS)이 닮았나?

1.‘어기영차’ 한복스타일이 가미된 멋진 수트를 입은 방탄소년단(BTS)이 경복궁에서 걸어나오면서 ‘어기영차’를 부른다. 이것은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서울 홍보 영상에 나오는 말이다. ‘어기영차’는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기 위해 한 목소리로 외치는 소리’다. 2017년부터 5년 연속 서울시 명예관광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방탄소년단은 '서울라이프', '나의 서울 플레이리스트', '나처럼 서울에서 너도', '서울에서 만나요, 씨 유 인 서울' 등 매년 서울시 관광을 홍보하는 영상을 공개해 왔었다. 9월 16일 서울관광재단은 유튜브와 SNS에서 9월 9일 공개한 방탄소년단(BTS)의 서울 관광 홍보 영상 '어기영차 서울 편(with BTS)'과 티저 영상이6일 만에 조회수 6700만 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현대미술은 어렵다? - 바넷 뉴먼, 요셉보이스, 이우환

몬드리안이나 칸딘스키의 작품에도 형태와 형태 사이에, 선과 선 사이에, 색과 색 사이에, 형태와 배경 사이에 적절한 미적 관계가 존재한다. 우리는 이것을 ‘관계주의’라 부른다. 그런데, 뉴먼의 작품은 어떤가? 그것은 부분과 부분, 부분과 전체의 ‘관계’는 없다. 그저 하나의 전체적 덩어리로 우리들에게 다가온다. 그리고는 우리와 관계를 형성하고 나아가 우리에게 ‘완전한 나’를 만나 그것과 관계을 맺게 한다. 세상의 모든 것은 동시적으로 존재하고 상호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동시다발로 일어나는 이 다른 시간성은 결국 시간의 개념을 넘어선 영원성이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돌덩이, 철판 조각, 그리고 깨진 유리를 놓고서 어떻게 양자물리학에서 거론하는 여러 차원의 동시성과 연관성을 논할 수가 있나?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