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할 수 없는 분노를 주체할 길 없어’ 먹물같은 색의 기둥들이 쓰러질 듯 아슬아슬하게 서 있다. 그림 왼쪽에 두 기둥은 오른쪽에 쓰러진 두 기둥을 받치고 있는 것 같기도 한데 웬지 이마저도 곧 쓰러질 듯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모두 꿋꿋히 쓰러지지 않기 위해서 버틴다. 그리고 뒤로도 흐린 기둥들도 겹겹이 보인다. 먹을 갈아 만든 것 같은 이 검정에 가까운 색은 작가 윤형근(1928-2007)이 하늘의 색인 ‘블루(Blue)’와 땅의 색인 ‘엄버(Umber)’를 섞어 검게 만든 뒤 거기에 오일을 타서 만든 것이다. 이것을 그는 면포나 마포에 그어 내렸다. 그렇게 해서 하늘과 땅이 섞여 만든 검정이 기둥을 이루고, 그 사이에는 문같은 여백이 조금 생겼다. 윤형근은 1980년, ‘5·18 광주 민주화 운..